101마리의 시인 이야기

오늘 새벽까지 철 지난 DOA 4를 물고 늘어지다 살짝 늦잠을 잤다.

 

 전화가  울리길래 받았더니 모친. 뭐 하냐 잤냐 잘 사냐 등등의 인사를 거치고 나서 모친은 새로 개봉할 영화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셨다.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지금 영화 소개 코너를 보니까 <홈>이란 영화가 개봉한대더라, 언제 개봉할 지는 모르겠는데 곧 개봉할 것 같다더라 그 영화에 대해 뭐 좀 아는 게 있니? 아니 금시초문인데요. 이런 넌 요즘 진짜 영화 최신작에 잘 모르는구나 그게 뭐니 등등의.

 

 <홈>이란 영화가 개봉한다고? 다큐 영화인가? 뭐 어쨌든 처음 들어보는 영화 제목인지라, 아 진짜 내가 요즘 영화를 잘 안 보더니 영화 정보에도 소홀해졌구나 저 영화 잘 보지 않는(최근에는 나보다 더 많이 보시는 듯. 아무래도 퇴직 후 시간이 여유가 있으시니) 엄마가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실 정도라니!!! 새삼 반성하고 있는데 이어진 최신 정보 영화 2탄.

 

"그래서 내가 어디 심방 갔다가 거기서 CG* 영화 채널이 있어서 그 영화를 잠깐 보게 됐는데, 너 <백 한 마리의 시인>이라고 아냐?"

"...... 백 한 마리의 시인? 모르겠는데?"

 

 시인이면 시인이지 101마리는 또 뭐야. 101명도 아니고. 최신 영화 정보라길래 그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 생각하고 있었다. 아- 내가 정말 영화 정보에 어둡긴 어둡나 보구나, 새삼 실감하면서.

 

"그게 말야. 어느 시인이 개들을 잔뜩 한 집에 키우는 이야긴데......"

"오... 좀 여유가 되는 시인인가 보네."

 

 아, 그렇구나 <말리 이야기> 확장판, 아니 떼거지판 같은 건가? 시인이 개를 키우는 삶에서 개로 인해 일어나는 사건들을 그린 영화인가? 101마리의 시인이라니까, 그 주인공 시인이 개들과 함께 하는 삶이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라 개 한 마리 한 마리를 다 시인이라 부르는 건가? 그런 감동적인 일대기인가? 개들도 시인만큼의 감수성과 풍부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그런 개와 인간이 함께 하는 따뜻한 감동의 휴먼 드라마?

(...정말 이렇게 생각했었다...--;; 최신영화 정보라길래--;;;;)

 

"근데 그 개들이 101마리나 되는데......"

 

 ..... 이 때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이 왔다(참 빨리도 왔다--;;).

 

"...어무이, 혹시 그거 <101마리의 달마시안> 이야기 아니유?"

"......"

 

 잠시 전화기 너머로 당혹스런 침묵이 이어졌다. 그리고 잠시 후 허무한 듯한 대폭소.

 

"...맞구나. 얼룩덜룩한 점박이들이 나오는."

"어 그거 맞어 맞어!!! 으하하하하하."

 

 ......

 

 ......그러니까 어무이는 문득 남의 집에 갔다가 영화 채널을 보게 됐는데, 개들이 우르르 나오는 게 눈에 무척 띄었나 보다. 그래서 처음에 제목을 확인했는데, 제목이 워낙 작아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무슨 불교방송의(달마니까==;;;) 영화 채널인 줄 알았다가 아래 자막으로 <101마리의 달마시안> 줄거리가 휘리릭 한 줄로 지나가니까 어찌어찌 해 '101마리의 시인'으로 외우셨던 것이다. 아 저거 개가 잔뜩 나오는 영화니까 와사비도 좋아하겠다 싶어서.

 

"그게 말야, 시인인 줄 알았어."

"......아니 확실히 뭐.... 그렇게 보일 수는 있지만....;;;"

 

 ...... 그치만 시안과 시인은 대단한 차이가 있는 걸.

 

"어쨌든 그게 언제 개봉하는 건지......"

"......그거 좀  옛날 영환데 어무이. 케이블 tv 영화 채널이 옛날 거 많이 해 주거든."

"......"

 

 .......다시 당혹스런 침묵, 그리고 자폭 수준의 폭소.

 

 

 

......조만간 모친 모시고 영화관 한 번 가야 할 것 같다.

......하는 김에 케이블 TV 회사도 알아봐야 할 듯.

 

...... : )

 

 

 

 

덧말 : .....근데 101마리의 시인, 제법 그럴싸 한데....?

 

덧말 : s님에게도 이 사랑과 감동의 <101마리의 시인>을 말해줬는데, s님은 101마리의 시인이라고 하자마자 "101마리의 달마시안이 아니고?" 라고 바로 반문. 생각해 보면 이상한(...) 영화 제목인데도 제목만 듣고 혼자 영화스토리 꿰어 보다가 한 박자 늦게 깨달은 나도 좀 문제가 있는 건지도...--;;; 역시 같은 피?!

(아냐, 사실은 <홈>이 이걸 위한 페이크였던 거야, 젠장!!!)

덧말 : 눼이버와 동일한 내용... : )



by 와사비 | 2009/06/06 11:03 | 트랙백 | 덧글(3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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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못된늑대 at 2009/06/06 11:18
진짜 대박이네여~
홈은 리라랑 보러 갈려고 했으나~
개봉관수가... OTL...
거기에 개봉시간이.... 다큐영화라고 넘한거 아냐. --;;
Commented by 악당병아리 at 2009/06/11 00:17
달마시인..
Commented by 와사비 at 2009/07/03 10:52
못된늑대: 그죠, 대박이죠..ㅡㅜ 홈 보시긴 하셨나요?


병알/ 101마리의 시인님은 전부 불교신자인가봐...(...)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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